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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너무 일찍 일어나버린 허무함

by 평범한 일상생활 2025. 10. 3.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지는 날이 있다 자다가 깨고 보니 아직 해도 안 떴고 창밖은 어둡고 시계는 새벽 다섯시나 여섯시쯤을 가리키는데 몸은 이미 완전히 깨어 있다 그런 날은 기분이 묘하다 피곤해서 못 일어난 것도 아니고 억지로 일찍 일어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는 이유만으로 뭔가 잘한 것 같은 자부심이 살짝 올라온다 오늘 하루 아주 생산적으로 흘러가겠구나 하는 기대가 먼저 자리 잡는다.

너무 일찍 일어나버린 허무함
너무 일찍 일어나버린 허무함

그렇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려다가 이상하게 멈춰진다 막상 이렇게 일찍 일어나도 할 게 없다 평소 같으면 늦잠 자서 허둥지둥 준비했을 시간인데 오늘은 오히려 시간이 너무 많아서 손이 어색해진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정신만 멀뚱히 깨어 있으니 몸이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몰라서 허공을 맴돈다 그냥 다시 누울까 생각하면서도 이미 깬 잠은 돌아오지 않고 억지로 눈을 감으면 머릿속만 더 바빠진다 결국 잠도 못 자고 일도 못 하는 이상한 상태가 시작된다.

새벽 공기가 좋다고들 하지만 막상 내 방 안 공기는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다 커튼 뒤에 있는 하늘은 아직 회색빛이 흐르고 냉장고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새벽 속에서 괜히 깊은 생각이 몰려온다 오늘 하루 뭘 해야 하지 남들은 지금 자고 있을 텐데 나는 왜 깨어 있지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게 나만인 것 같은 고립감도 따라온다 어쩌면 세상에서 잠깐 분리된 느낌이라서 더 허무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왕 깬 김에 뭔가 해볼까 하고 책을 펼쳐보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운동이라도 해볼까 하고 폰을 켜보지만 영상 목록만 스크롤 하다가 끝난다 차라리 밥부터 먹을까 해서 밥솥을 열어보니 어제 남긴 밥이 애매하게 식어 있다 그걸 먹자니 아침 치고는 너무 무겁고 차만 끓이기엔 뭔가 허전해서 또 멈춘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시간이 지나 있다.

결국 멀뚱히 앉아서 해가 떠오르는 걸 본다 창밖이 조금씩 밝아지고 조용하던 동네가 서서히 깨어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괜히 억울한 마음이 올라온다 나는 이미 한참 전에 깨어 있었는데 세상이 이제야 움직이는 걸 보니 뭔가 손해 본 기분 들기도 한다 남들보다 일찍 출발했는데 오히려 기다리는 쪽이 되어버린 느낌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하루를 잘 살고 싶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텅 빈 채로 아침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가끔은 너무 일찍 일어난 아침이 오히려 하루를 더 지치게 만든다 준비된 상태로 깬 게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 끌려나온 느낌이라서 그런지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활용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사람은 단순히 시간이 많다고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고 타이밍과 리듬이 맞아야 비로소 몸이 따라오는 생물이라는 걸 새벽에 깨달아버린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또 적응이 된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 보면 몸도 천천히 이해한다 오늘은 괜히 일찍 깼으니까 천천히 시작하자는 말이 마음속 어딘가에서 흘러나온다 괜히 불안해하면서 초조해할 필요 없다는 걸 알아버리는 순간부터 새벽은 허무한 시간이 아니라 조용히 숨 쉬는 시간으로 바뀐다 어쩌면 너무 일찍 깬 것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삶이 항상 계획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걸 인정하게 만드는 날도 필요하니까.

다음에 또 알람보다 먼저 깨더라도 괜히 자신을 다그치지 않으려고 한다 부지런해야 한다는 강박보다 지금 깨어 있는 이 시간만큼은 그냥 나한테 잠시 맡겨도 된다는 여유가 더 도움이 된다 허무할 수밖에 없는 시간도 결국 지나고 나면 하루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버린다 그런 순간들이 쌓여서 결국 나는 내 리듬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