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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샐러드에 마요 뿌리는 모순

by 평범한 일상생활 2025. 10. 3.

샐러드를 접시에 담을 때만큼은 스스로가 꽤나 의지가 단단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양상추 몇 장 올려놓고 토마토 썰어 얹으면 그 순간만큼은 음식이 아니라 다짐을 담는 느낌이 들어서 괜히 자세까지 바르게 된다 오늘은 기름기 조금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포크를 쥐고 있는데 문제는 드레싱 앞에서 시작된다.

샐러드에 마요 뿌리는 모순
샐러드에 마요 뿌리는 모순

간장 베이스나 오리엔탈 소스까지는 넘어갈 수 있는데 하얀 병이 등장하는 순간 모든 계획이 흔들린다 처음엔 양심 지키겠다는 듯 정말 조금만 짜서 올리려 한다 근데 한 줄로는 너무 허전해 보여서 살짝 더 짜본다 그게 문제다 마요네즈는 한 번 뿌리기 시작하면 멈출 타이밍을 주질 않는다 양상추 위에 지그재그 선이 두 개 세 개 늘어가면서 결국 샐러드가 아니라 마요네즈가 주연을 맡게 된다 양상추는 그냥 마요를 떠먹기 위한 숟가락 역할 정도로 전락하고 접시는 점점 불쌍한 초록색 배경으로 남는다.

먹기 시작하면 또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다 고소한 맛이 입 안에 퍼지는 동안 모든 후회가 뒤로 밀린다 그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알 거다 샐러드와 마요 조합은 죄책감과 만족감이 동시에 밀려오는 묘한 조합이라는 걸 다이어트 계획이 머릿속에 남아있으면서도 씹는 동안만큼은 그냥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접시가 비워질 때쯤 문득 정신이 돌아와서 혼잣말이 튀어나온다 이럴 거면 그냥 떡볶이를 먹지 그랬냐고.

샐러드에 마요 뿌리는 행동은 누가 봐도 모순이지만 사실은 인간적인 균형점 같은 거다 완전히 건강하게 살 자신은 없고 완전히 포기하기에는 양심이 찔릴 때 나오는 타협안 양상추는 노력의 흔적이고 마요는 본능의 흔적이라서 둘이 섞여 있을 때 묘하게 마음이 안정된다 이만큼은 그래도 신경 썼다는 자기 위안과 그래도 이 정도는 행복해야 한다는 현실 감각이 동시에 접시에 담겨 있는 셈이다.

결국 중요한 건 마요를 뿌렸냐 안 뿌렸냐가 아니라 마요를 뿌리면서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는 쪽에 가깝다 완벽한 건강보다 오래 가는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어서 억지로 참고 참다가 폭발하느니 조금씩 타협하면서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것을 몸이 먼저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굳이 후회하지 않는다 오늘은 마요를 이만큼 썼으니 내일은 조금 덜 쓰면 된다 그 정도면 계속 가는 데는 문제 없다.

샐러드 위에 마요 뿌리는 모순은 결국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다 다 맞는 말만 하며 살 수는 없고 다 옳은 선택만 하면서도 못 사는 것처럼 건강을 위해 시작한 일이 결국 행복을 위한 선택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게 부끄럽지 않다는 걸 인정하게 되는 순간부터 샐러드는 더 이상 벌칙이 아니라 위로가 된다 야채 속에서 마요를 발견하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오래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