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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청소하려다 사진 정리하는 흐름

by 평범한 일상생활 2025. 10. 6.

청소를 시작할 때는 항상 단순한 계획이었다 책상 위에 쌓인 먼지를 닦고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리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걸레를 들고 방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전혀 다른 길로 빠져든다 서랍 속이나 책꽂이 사이에 끼워둔 오래된 앨범이나 파일이 눈에 띄고 그 순간 손이 멈춘다 먼지를 털어내는 대신 앉아서 사진을 한 장 한 장 꺼내 본다 청소는 그 자리에서 중단되고 기억의 늪으로 빠져버린다.

 

 

사진 속에는 오래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분명 내가 찍었던 건데도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기억나지 않는 장면이 갑자기 떠오르기도 한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단체로 찍었던 사진 친구들과 웃으며 어깨동무했던 모습 수학여행 버스 안에서 장난치던 표정들 그 속의 나는 지금보다 한참 순수하고 가볍다 그때의 공기를 다시 느끼는 듯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러다 보니 청소라는 현실적인 일은 이미 뒷전이 되어버린다.

특히 스마트폰에 저장된 수천 장의 사진을 열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제 찍은 음식 사진에서 시작했는데 스크롤을 내리다 보니 5년 전 여행 사진까지 도착해 있다 그 사이에 내가 어떤 계절을 지나왔는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얼굴로 살았는지 한눈에 펼쳐진다 분명히 방을 치우려고 했는데 지금은 화면 속 추억을 정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묘하게도 이 과정이 청소보다 더 중요한 일처럼 느껴진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안 하던 분류 작업도 시작된다 여행 앨범 따로 모아두고 가족 사진 폴더를 만들고 쓸데없는 스크린샷을 삭제하다가 시간은 훌쩍 흘러간다 정작 청소는 하나도 진척이 없지만 파일을 옮기고 이름을 붙이면서 나는 뿌듯함을 느낀다 결과적으로 방은 그대로인데 마음속에서는 뭔가 큰 일을 해낸 듯한 기분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청소 대신 사진을 정리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합리화된다.

문제는 이렇게 흐름을 타면 끝이 없다는 거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기며 멈춰 서는 순간마다 이야기가 따라온다 이때는 이런 일이 있었지 저 사람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추억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나는 이미 청소의 세계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은 계속 사진을 넘긴다 결국 청소할 에너지는 사라지고 마음만 복잡하게 흔들린다.

이런 흐름은 단순히 산만함 때문만은 아니다 사진은 나를 붙잡는 힘이 있다 내가 지나온 시간과 연결해주고 잊고 있던 감정을 꺼내준다 그래서 청소라는 현재의 일을 잠시 잊고 과거로 도망치게 된다 가끔은 청소를 미루기 위한 완벽한 핑계이기도 하다 오늘은 정리하다가 사진을 발견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 위안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과거 속에 머문다.

하지만 돌아보면 청소보다 사진 정리가 꼭 덜 중요한 것도 아니다 방은 언제든 다시 치울 수 있지만 사진 속 순간들은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수도 있다 흐릿하게 잊히기 전에 정리하고 나면 오히려 마음의 방이 깨끗해진다 청소는 미뤄졌지만 마음은 가벼워진다 그러니 이런 흐름도 결국 필요했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청소하려다 사진 정리로 흘러간 하루는 어쩌면 비효율적이지만 동시에 사람다운 하루다 계획은 틀어졌지만 그 속에서 나는 내 과거를 다시 만났고 잠시 멈춰서 숨 고를 수 있었다 언젠가 방 청소는 또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들여다본 사진 속 웃음과 순간들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 그래서 청소보다 사진에 붙잡힌 시간이 조금은 더 소중했다는 생각이 든다.